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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한국교회에 고(告)하는 청년들의 외침 - 정은혜 자매
한복협  2019-09-23 09:55:05, 조회 : 76, 추천 : 8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사랑할 뿐입니다.




                                                                                                                                              정 은 혜 자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졸업)




이번 여름, 앞길이 막막하고, 주님이 저를 지켜보고 계시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올해 초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제가 20대에 꿈꾸던 멋진 커리어우먼의 모습이 아닌 돌도 안 된 어린 아기와 집에서 씨름하며 청소와 빨래를 하고 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청년시절의 큰 비전과 소망은 어디에 갔는지..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주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는 당장 교회로 달려갔습니다. 주님께 ‘왜 나를 사용하지 않으시는지, 나를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언제 끼치시려는지..’ 따지고 싶었습니다. 저는 20년이 된 개척교회 목사의 딸로, 우리교회는 20여명의 성도가 함께 섬기고 있습니다. 어려운 재정형편이지만,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과 미혼모를 포함한 한부모가족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날따라 교회에 갔는데, 하수구에서 악취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악취가 올라오는 곳에서 교회에 한 청년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공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순간 주님께 나의 상황을 묻기 위해 성전에 왔던 저는 ‘교회’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몸 되신 성전이 더럽고 아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교회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교회에서 악취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한 책상과 의자를 놓아 청년들이 이곳에서 성경을 읽고, 교제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을 했습니다. 교회 화장실, 본당, 옥상, 주방까지 고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제 눈에 들어왔던 공간을 먼저 보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예상하지도 못했던 교회 성도들 간의 ‘세대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먼저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성전’을 우선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몸 된 곳은 어르신들이 생각하시기에 깨끗한 ‘성전, 말씀을 듣는 곳, 기도와 찬양을 하는 장소’가 우선순위였습니다. 40~50대, 특히 여성분들은 ‘주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주방에 배수, 온수 문제가 많았고, 그릇을 정리할 충분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이 먹고 사는’ 문제라며 주방을 먼저 정리하길 원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20-30대 청년들은 제가 생각했던 대로 교회로비를 리모델링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교회로비는 우리 교회의 입구이자 얼굴이다. 새로운 신자가 왔을 때 첫 인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청년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성경읽기 모임을 할 수 있다’며 강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20,30대, 40,50대, 60대 이상의 어르신들 말씀 모두가 틀리지 않았습니다. 20명의 적은 수의 교인들이지만, 각자의 시각에서 본 교회의 안타까운 모습과 개선해야 할 점들이 ‘세.대.별.로’ 달랐다는 것을 눈과 귀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단순히 좋은 뜻에서 시작하려고 했던 교회보수공사가 ‘세대갈등’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어르신들은 저희를 이해 할 수 없다며, 왜 쓸데없는 곳에 예산을 쓰는지를 물었습니다. 젊은이들 또한 어르신들의 그러한 말씀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젊은이들끼리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나눴습니다.

제가 졸업한 하버드 케네디스쿨에는 유대인 출신의 로널드하이페츠 (Ronald A. Heifetz) 교수님의 ‘리더십’ 수업이 유명합니다. 그 수업에서 배운 리더십의 여러 이론이 있지만, 그 중에서 이번 일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의 결정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성장한 배경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제 식민지를 겪지 않았음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계실 때 분노 하거나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무의식중에 나의 조상들이 겪었던 아픔들을 느끼기 때문에 내리는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은 가난했던 젊은 시절이 계셨고, 주방이나 로비를 카페처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그 돈을 ‘예배를 드리는 성전’에 온전히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신 겁니다.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40대 여성의 우선순위는 따뜻한 물이 나오고, 깨끗한 환경에서 요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눈에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고 당장 ‘생활하는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각 세대가 자신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겪었던 경험에 의해 내린 ‘합리적인 최상’의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또 다시 리더십 수업에서 배운 문제로 해결책을 분석해볼 수 있었습니다. ‘발코니로 나아가라.’(Step on to the Balcony) 우리 개개인은 모두가 자신만의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무대에 있다면 관객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무대에서 내려와 발코니에 서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60대가 40대를, 40대가 20대를 또 20대가 60대를 이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서로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성전, 로비, 주방이 완성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처음 원했던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어르신들도 ‘멋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페인트를 함께 칠하고, 필요 없는 가구와 물품들을 옮겨 버리고, 청소를 했습니다. 아직도 각각 다른 세대인 우리가 서로를 100%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번 기회를 통해 ‘세대 간의 갈등’을 인정하고, 이를 주님 안에서 ‘이해'를 넘어선 ‘사랑’으로 감쌀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교회 리모델링의 마음을 주신 것은 단순히 깨끗한 성전을 바라셨던 것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성도들 간의 작은 역할을 나누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나누면서 하나 되기를 원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리모델링은 ‘교회 건물이 얼마나 화려하고 멋지게 변하였는가?’ 아닌, 이 과정을 통해 성도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출생률이 가장 낮습니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청소년들은 스스로 목숨을 포기합니다. 어르신들이 보시기에 지금의 20,30대 청년들은 보릿고개를 겪지도 않았고, 독재 정권과 싸우지도 않았습니다. 즉 태어날 때부터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고, 공부도 하고, 표현의 자유도 누렸습니다.

그런 왜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이제는 더 포기할 수도 없는 N포 세대가 되었을까요?

어르신들은 당신이 안 먹고 안 쓰고 자녀를 키우면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이 있으셨습니다. 나는 단칸방에서 결혼을 시작해도 내 자녀는 결혼할 때 작은 집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꿀 수 있으셨습니다.
그렇게 희생해서 키운 우리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현재 그렇게 고생하신 부모님께 그 은혜를 갚은 기회도, 여유도 없이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버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말을 넘어 ‘용이 나올 개천이 없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사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삶조차도 청년들에게는 사치가 되었습니다. 청년의 가장 큰 특권은 무모해보일지라도 꿈꾸고 도전하는 것인데, 이제는 그런 힘도, 열정도, 여유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물론, 주님 말씀 붙잡고 나아간다면 능치 못할 것이 없고, 이 산을 들어 저 곳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감히 이 자리에 계신 저보다 더 많은 삶을 살아오신 분들께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청년들을 판단하기 전에, 책망하기 전에,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예수님과 같은 ‘사랑’으로 나아갈 때, 모든 세대가 대화할 수 있는 문이 열릴 수 있습니다. 이는 청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 문이 열려야 작금의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청년문제는 청년 당사자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의 문제입니다.

‘성공적인’리모델링이 아름다운 성전보다 과정 속에서 갈등을 통한 성도들 간의 돈독해진 관계와 사랑이었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청년문제들도 단순히 보조금을 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이 아닌, 모든 세대가 함께 대화하고, 공감하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섬기며 사랑하는 것이 주님이 진정으로 바라시는 ‘성공적인’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36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37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38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39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마태복음 22장 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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