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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한미수교 140주년과 기독교 - 윤영관 교수
한복협  2022-11-15 11:12:50, 조회 : 12, 추천 : 7

                        한미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 한미수교 140주년에 즈음하여





                                                             윤 영 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 이 글은 2022년 2월 23일 개최된 「2022평창평화포럼」의 한미수교 140주년 기획세션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올해는 한미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882년 5월 22일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체결 이래 지난 140년간의 한미관계를 회고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개최하는 월례조찬포럼에서 이 주제를 가지고 말씀드릴 기회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반도는 가까이는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태평양 건너 미국이라는 대국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들 주변국들은 끊임없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세력경쟁을 해왔습니다. 이는 특히 중국, 러시아와 같은 대륙세력과 일본, 미국과 같은 해양세력 간의 경쟁의 모습으로 우리 역사에 투영되어왔습니다. 이제 한미관계가 이러한 역사의 전개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미관계 제1기 (1882-1910): 냉담기

수교 이후 140년간의 한미관계는 네 시기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제1기는 1882년 수교 이후 1910년 한일 합병까지의 구한말 조선과 미국 간의 관계입니다. 당시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 간의 경쟁이 동아시아에서 전개되면서 동아시아의 중화질서가 서구 국제법질서로 대체되는 시기였습니다.

19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고 한반도를 강탈해가는 과정의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조선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선의 독립을 지원해주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조선의 독립을 돕기보다는 소극적으로 통상 이익을 추구하는 데 그치며 냉담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결국은 영국이 그러했듯이 미국도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를 측면에서 지원했습니다.

이 같은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서도 한가지 긍정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1880년대부터 미국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이 교육기관과 병원을 짓는 등 선교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반도에 기독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2. 한미관계 제2기 (1945-1950): 혼란기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아 미 군정이 수립되면서 한미관계가 복원되고 제2기가 시작됩니다. 제2기는 해방으로부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거쳐 1950년 6ߴ25전쟁의 발발까지의 기간인데 이 시기의 한미관계는 한마디로 혼란기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소 양국의 타협으로 한반도가 분단되었습니다. 일본군을 무장해제시키고 그 후 행정관리를 위한 임시 경계선으로 합의된 38선이 항구적인 분단선이 되어버렸습니다. 1948년 8월 15일 남한에서 단독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어 의지는 그다지 강했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1950년 1월 12일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은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을 알류산열도-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발표하면서 한국을 제외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 시기에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라는 가치에 근거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3. 한미관계 제3기 (1950-1991): 군사동맹기

한미관계가 제1기의 미국의 냉담기, 제2기의 혼란기를 거쳐 동맹 관계로 한 단계 격상된 계기는 1950년 6ߴ25전쟁의 발발이었습니다. 이때부터 1991년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를 제3기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간의 냉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미관계가 군사동맹 관계로 발전한 시기입니다.

1950년 김일성은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 마오쩌둥의 승인을 받고 남침을 개시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리라는 스탈린이나 김일성의 계산과는 달리, 트루먼 대통령은 즉각 군사 개입을 결정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유엔군을 결성하여 한국의 방어에 나섰습니다. 3년간의 전쟁에서 미국은 3만7천 명의 미군을 포함한 5만4천 명의 희생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1953년 10월 1일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어 한미동맹이라는 제도적인 협력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냉전 상황에서의 한미관계는 주로 군사동맹의 성격을 띄었습니다.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한 대비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미동맹이 제공하는 안보의 틀 안에서 한국은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의하면 196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158달러였는데 1991년에는 48배로 증가한 7,637달러였습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정치발전도 이루어졌습니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1970년대의 유신시대와 1980년대 초반의 권위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민주주의의 정치 제도적 틀을 마련했었습니다.

4. 한미관계 제4기 (1991-현재): 포괄동맹기

한미관계의 제4기는 1991년 냉전이 종결된 이후 지금까지의 탈냉전기 한미동맹 관계입니다. 이 시기는 한미동맹이 군사안보 위주의 동맹에서 서서히 포괄 동맹으로 확장되는 시기였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국력 신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한국의 비중과 역할이 제고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2007년 6월 30일에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는데 당시 한국은 경제성장의 결과 미국에게 7번째로 중요한 무역 파트너였습니다. 이로써 한미관계는 군사동맹에 추가하여 경제동맹을 맺게 되어 좀더 포괄적인 동맹 관계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북한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서 중동이나 서아시아 등 지구촌의 다른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미가 함께 협력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보호받던 관계에서 이제 한국이 미국과 함께 협력해나가는, 호혜적인 한미관계로 서서히 바뀌어 온 것입니다.

비록 남북 간에 냉전 대결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한반도 안에서 화해 협력을 위한 노력도 시작되었습니다. 1989년 9월 발표된 노태우 대통령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적대적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갈지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고, 그후 김대중 정부 등 여러 정부들이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는 남북한 주민들 간에 서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을 강화해 평화와 통일을 향한 동력을 자체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미 있는 노력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치 독일에서 아데나워 총리 주도의 기민당 정부의 친서방정책과 함께 1970년대 초이래 빌리 브란트 총리 주도의 사민당 정부의 동방정책이 추진되어 결국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낸 것을 참고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서독에서는 이 두 가지 정책이 상호조화되어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내 통일까지 이루어낸 데 비해, 한국에서는 ‘민족이냐, 동맹이냐’ 하는 식의 국론 분열의 길을 밟아왔다는 점이 확연하게 차이나는 점입니다.

5. 한미관계의 격상: 수평적인 포괄동맹으로

이처럼 한미관계는 구한말의 냉담기, 해방 직후의 혼란기, 냉전기의 군사동맹, 탈냉전기의 포괄동맹이라는 네 단계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과거 140년의 한미관계의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한미관계가 점차 격상되면서 발전해왔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한국의 국력 성장과 국제적 위상의 제고가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미관계는 점차 폭이 넓어지고 좀더 수평적인 호혜 관계로 발전해왔으며 한국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기대도 점차 커져 왔습니다. 이제 한국이 좀 더 주도적으로 한반도 미래를 열어나가고,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6. 현 국제정치 상황: 미중 협력에서 미중 대결로

그러면 이제 앞으로 한미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할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에 앞서 한미관계가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정치 현실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국제정치 상황의 핵심은 미중 경쟁의 심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6ߴ25전쟁 이후 중국을 고립시켜온 미국은 1970년대 초 베트남전쟁의 와중에서 극적인 외교전략의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그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중국과 소련이 서로 경쟁하게 하고 그 사이에서 미국이 이득을 취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었습니다. 이로써 베트남 패전 이후 약화될 수 있었던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당시 닉슨행정부는 중국을 포용하고 교류 협력을 지속하면, 결국 중국도 서구 민주주의로 수렴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후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1980년 중국의 명목GDP는 미국의 6%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20년에는 70%까지 따라잡았습니다. 과거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경제력이 상승한 국가는 뒤에 가서 정치군사적 영향력도 강화하고자 했고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따라 서방세계에 협력적이던 중국이,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공세적 자세로 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도처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면서 미국과 부딪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미국은 그동안 기대해왔던 중국의 서구화, 민주화라는 희망은 깨졌고 더 이상 중국 포용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초당적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상품에 대해 관세부과를 한 것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중국 대결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21년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이어받아 대중국 대결정책을 보다 체계화하여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미중 간의 대결과 경쟁은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부딪치는 형국입니다. 군사적으로는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에서의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과거의 미중간 상호의존의 네트워크를 약화시키면서 양국이 독자적인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제조 2025’로 첨단기술의 세계제패를 꿈꾸는 중국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이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념 분야에서도 중국은 권위주의적인 중국모델을 해외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고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들 및 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이를 저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7. 한국 외교의 고려사항: 지정학, 북한, 민주주의

이처럼 동맹인 미국과 경제 관계가 깊은 중국 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은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요? 그리고 한미관계를 어떻게 관리해나가야 할까요? 이 같은 물음에 답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선제 조건들이 있습니다.

첫째, 19세기 구한말, 아니 그 이전부터 한반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지정학적 요인은 지금 오늘날 한반도 정세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대국들 중 중국과 러시아(구 소련)는 한국전쟁의 적대 당사국이었고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배했던 국가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영토분쟁과 역사분쟁이 걸려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안정과 평화의 보장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과거 구한말 때는 한국의 요구에 등을 돌렸지만 현재는 정반대로 적극적으로 한미관계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 북한의 존재입니다. 세계적으로 냉전은 30여 년 전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안보위협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안보 위협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은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보다 바람직한 것은 한미 양국이 동맹을 통해 파트너가 되어 북핵 문제 등 안보위협을 해소하고 남북 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한국의 대미외교의 핵심 과제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은 1945년 이래 새로운 한미관계의 수립과정에서 뿌려진 자유,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라는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한미관계의 미래를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 한미관계의 미래 방향

첫째, 한국의 국가 정체성을 고려하여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주의 가치 외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45년 이래 한국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는 정치적 삶의 명분이었고 또 현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산소의 소중함을 잊어버리다가 산소가 희박해질 때에야 그 가치를 깨닫습니다. 민주주의도 이미 한국인들에게 산소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점이 한국 외교정책의 상수로 고려되어야 하며, 어떠한 향후 외교전략도 한국의 민주주의 성장과 정치시스템의 작동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선택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한국은 더 이상 못살던 개발도상국이 아닙니다. 2020년 기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수출 규모 세계 9위, 반도체 대국, 군사력은 병력 규모로 8위, 국방비 규모로는 10위, 문화나 이미지가 발휘하는 소프트파워 면에서는 세계 2위의 국가입니다. 한편으로 자랑스러운 일입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지구촌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됩니다. 따라서 한국은 지구촌의 팬데믹, 기후변화, 개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좀더 적극적인 기여를 해야 할 것이고, 이 분야에서 미국과 파트너가 되어 함께 협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경제 및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심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첨단기술 분야의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오, AI, 6G 등 더 많은 첨단분야에서 한미 산업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넷째, 군사협력 분야입니다. 필요한 분야에서의 협력은 지속하되, 한국은 미국에게 한미동맹의 타겟을 북한에서 중국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자고 제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한반도에서 대국들 간에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때마다 한국인들은 엄청난 고난을 겪었습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분단과 6ߴ25전쟁 등이 그러한 사례들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이러한 한국의 역사적, 지정학적 특수성과 어려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이를 이해시키고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앞으로 대미외교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게는 대만 문제가 북한 문제보다 더 시급하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안보 위협은 대단히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최근 7차례에 걸친 각종 미사일 발사가 전술핵 탄두를 탑재하여 한국과 일본 및 기타 지역을 공격할 것에 대비한 가상훈련이었음을 밝혔습니다. 우리가 직면하는 핵 위협이 한층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한미간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여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한국은 민주주의, 경제와 기술, 글로벌 과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미국에게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심어주고 그러한 깊은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미국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집중해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수많은 나라들을 상대로 다양한 세계분쟁을 다뤄나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쓸 여유가 부족합니다. 그러한 미국을 어떻게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끌어올 것이냐가 한국 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9. 열린 세계관, 진취적 자세, 전략적 사고

이제 제 말씀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더이상 일본에게 식민지로 먹혀 들어가던 구한말의 조선이나, 6ߴ25전쟁 직후 빈곤에 찌들었던 나라가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2020년 한국의 GDP는 세계 10위였으며, 2021년 UNDP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습니다. 한류는 세계를 휩쓸고 있고, 반도체와 밧데리, 자동차 생산의 대국입니다. 2018년 구매력 기준 한국의 GDP는 일본의 GDP를 능가했습니다. 이제 그에 걸맞는 열린 세계관을 가져야 합니다. 19세기 구한말 독립운동할 때나 적합할 저항적 민족주의 관념이나 패배주의로부터 벗어나 당당하게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이제 선진국에 걸맞게 전 세계를 상대로 선진국 외교를 펼쳐나가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 달성에 더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정치, 각 국가의 영토 주권과 자결권을 존중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함께 번영하고 평화로워야 할 지구촌 형성을 위한 기여가 우리 선진국 외교의 비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해나가는 데 있어서 미국은 우리의 긴요한 파트너입니다. 한미관계도 그러한 맥락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전략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적, 군사적 자원이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이 주변 대국들 사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지구촌 사회에의 기여라는 목표를 추구하려면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그때그때 상황에서 최소의 물적 자원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내어 국익을 확보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때 혹자는 한국이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한 선택을 한다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서방세계로부터 외교적으로 점차 고립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한국의 외교적 고립 상황에서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한국을 주니어 파트너 정도로 간주하고 핵 무력으로 압박하면서 한반도의 대표주자 역할을 하려들 것입니다. 또한 주변 권위주의 국가들의 압도적인 영향력이 국내로 밀려 들어오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기반도 흔들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중국과 척을 질 필요는 없습니다. 민주국가로서의 한국의 정체성과 외교 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설명하되 한중간의 경제협력이 양국에 상호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호혜적이고 상호 존중의 기반 위에서 양국 외교를 펼쳐나가자고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상대적인 국력은 작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대국들을 상대로 능란한 외교를 펼쳐온 싱가포르나 베트남의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열린 세계관과 진취적인 자세, 그리고 전략적인 사고를 가지고 우리 국민과 정치인들이 단합해 나아간다면 우리는 당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지기를 기원하며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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